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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논리학을 위한 사전지식

2.1 논리와 궤변

논리학은 논증論證/inference의 타당성validity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때 논증이라 함은 전제premise와 결론
conclusion으로 이루어진 언어행위 혹은 그 결과를 말한다. 즉 논증
은 단순히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유를 함께 제시하는 것으로서
재판, 논설, 토론 등 일상생활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만일
대화가 논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혹은 숨은 전제를 슬쩍
빼고 주장할 경우 우리는 황당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다음 두
친구가 벌이는 대화는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가16) 전했다는 일종의 궤변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A: 너희 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면서?


B: 낳았지.
A: 그럼 그 강아지는 엄마이겠군.
B: 그렇다고 할 수 있지.
A: 그 개는 너의 강아지가 틀림없지?
B: 틀림없지.
A: 너의 것이고 엄마이면 너의 엄마임이 분명하구나!
B: 뭐라고?
A: 자, 보게. 이것이 모자이고 너의 것이라면 당연히 너의 모자가 아닌가? 마찬
가지로 그 개는 엄마이고 너의 것이니 너의 엄마지!
B: ?!

16) 파르메니데스는 궤변론자는 아니었다.

2.논리학을 위한 사전지식 17
여기서 A는 ‘엄마’라는 표현이 ‘모자’와는 달리 항상 ‘~의 엄마’
라는 관계술어라는 점을 감추어 B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
에게 궤변론자詭辯論者/sophist로 알려진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언어의
규칙을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오로지 논쟁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
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논쟁술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하였
다.17) 여기서 각종 궤변이 나온 것이다. 즉 궤변이란 무엇인가 잘
못되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힘든 논증이
다. 이때 이 문제점을 분명히 부각시키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규칙들에 의해 정돈된 대화를 시도한 것이 논리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논증이며, 오류와
타당한 논증을 분명히 구별하기 위해서는 논증의 구조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2.2 비형식논리학과 형식논리학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일상언어ordinary language 혹


은 자연언어natural language라고 부른다. 재판, 논설, 토론, 논쟁 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에서도 논증은 일상언어로 진행
되고 다만 분야에 따라서 전문 기술용어technical term들이 일상언어
에 추가될 수 있다. 이처럼 일상언어와 필요할 경우 기술용어를
추가하여 논증을 분석하는 비형식논리학informal logic의 장점은 표현
이 매우 풍부하며 무엇보다도 이해하기 매우 쉽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언어로 진행되는 논증은


앞에서 인용된 궤변처럼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조감이 어
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상언어로 할 수 있는 논

17) 원래(서기전 5세기) ‘Sophist’는 그리스에서 ‘지혜로운 자’라는 뜻으로 사용되


었다. 당시 아테네의 사법제도에 따르면 피고는 스스로를 변호하도록 되어 있
었다. 따라서 상대방과의 논쟁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논쟁술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술이었다.

18 고전논리학과 대화논리학
증은 구조적으로 그 복잡성에 한계가 있다. 그것은 수학에서 기호
로 쓰인 “2x3+5x2y-3xy2+y3=0”과 같은 방정식을 일상언어로 풀어쓸
경우 “어떤 수의 세제곱에 2를 곱한 것에 그 수의 제곱에 또 다른 수를
곱한 것에 다시 5를 곱한 것을 더하고, 처음 수에 두 번째 수의 제곱을
곱한 것에 다시 3을 곱하여 빼고, 여기에 두 번째 수의 세제곱을 더하면
0과 같다”는, 아마 대부분의 수학자들도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된
다. 즉 수학에서 기호의 사용은 단순히 일상언어의 대체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수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기호 없이 현대수학의 발달은 상상이 불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호언어symbolic language 혹은 인공언어artificial language

로 논증을 다루는 형식논리학은 일상언어로 논증을 다루는 비형식


논리학보다 훨씬 더 복잡한 논증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논리학 책에서 길게 다루고 있는 아리스토텔
레스의 정언삼단논증은 두 개의 긍정문과 두 개의 부정문으로 이
루어진 네 종류의 문장형식을 사용하여 2개의 전제와 1개의 결론
으로 이루어진 논증을 말한다.

A형식: 모든 S는 P이다.
I 형식: 어떤 S는 P이다.
E형식: 모든 S는 P가 아니다.
O형식: 어떤 S는 P가 아니다.18)

그러나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형식은 정언


삼단논증에서 사용하는 문장형식보다 훨씬 다양하다. 우선 위의 4
개의 문장형식으로는 관계를 자유롭게 묘사할 수 없을뿐더러, “모
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와 같은 일상적 문장도 표현할
수 없다. 결국 1879년 독일의 논리학자 프레게Frege가 형식화한,
훨씬 표현력이 강하고 일반화된 술어논리인『개념표기Begriffschrift』

18) ‘A’, ‘I’는 라틴어로 ‘긍정하다’는 뜻의 ‘affirmat’의 앞의 두 모음을, ‘E’, ‘O’는


‘부정하다’는 뜻의 ‘nego’의 두 모음을 딴 것이다.

2.논리학을 위한 사전지식 19
에 의해서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특히 19세기 말에 시작된
수학언어의 엄밀한 형식화에는 기호를 사용하는 형식논리학이 필
수적이었고, 기호를 도입한 형식논리학은 비약적으로 발달하게 되
었다.

다른 한편 형식논리학이 일상언어로 이루어진 논증보다 모든 점


에서 우월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일상언어의 풍부한 표
현력을 모두 형식화하지 못한다. 이점은 형식화의 대상이 수학언
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현대수학의 토대인 집합론
은 사실 단 한 종류의 원소와 소속관계membership relation ‘∈’만 도입
하면 되는 매우 간단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논리학의
표현력을 증가시킬 경우, 그 기초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종종 일
어난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 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가능하다possible’와 ‘필연적이다necessary’라는 문장연산자sentence
operator를19) 도입하면 논리학은 훨씬 더 많은 논증을 다룰 수 있지
만,20) ‘필연적이다’라는 표현의 의미를 정의하려면 항상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순환논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21) 논리학의 기초에
서 발생하는 난점은 논리학이 가정하는 논의의 영역(존재영역)에
‘아름다움’과 같은 속성property이나 ‘사랑’과 같은 관계relation와 같은
추상적 대상abstract entity을 도입할 경우에도 일어난다.

2.3 명제논리와 술어논리

우리는 논리적 분석의 깊이에 따라서 두 종류의 논리학을 구별

19) 문장 앞에 추가하여 문장의 성질을 바꾸는 것을 ‘문장연산자’라고 한다.


20) 흔히 이 두 개의 문장연산자를 양상연산자modal operator라고 부르며, 이들을
도입한 형식논리학을 양상논리modal logic라고 부른다. 미국의 논리학자 C. I.
Lewis가 처음으로 형식화를 시도하여, 1932년 출간한 Symbolic Logic에서 5
가지(S1~S5) 양상논리체계를 만들었다.
21) W. V. Quine, “Two Dogmas of Empiricism”, From a logical point of
view, (Massachusetts;Harvard University Press), 1961.

20 고전논리학과 대화논리학
한다. 하나는 문장의 내적intra-sentential구조는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오로지 문장들 간의inter-sentential 구조만을 분석하는 논리학을 생각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따라서 비가 온다.

위의 논증은 사실상 다음과 같이 분석 된다:

(2) (비가 온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따라서 (비가 온다).

여기서 우리는 ‘따라서…’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즉 논증의 타


당성이 문장의 내용이나 내적구조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그리고’라
는 표현의 의미에 기인함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는 “비가 온다”와 “바람이 분다”라는 두 문장을 괄호치고 그 안쪽
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만일 이 두 문장을 기호로 바꾼다면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3) p 그리고 q. 따라서 p.

다른 한편 다음의 경우는 문장의 내적구조도 같이 분석해야만


논증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이다.

(4) 모든 진돗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한다.


복실이는 진돗개다.
따라서 복실이는 주인에게 충성을 한다.

(5) 어떤 진돗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한다.


복실이는 진돗개다.
따라서 복실이는 주인에게 충성을 한다.

논증 (4)는 타당하지만 논증 (5)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4)


에서 ‘모든’이란 표현이 (5)에서는 ‘어떤’이란 표현으로 대치되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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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이다. 바꿔 말해 앞의 두 논증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
해서는 문장 내의 표현 또는 그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
다. 이처럼 문장들 간의 관계, 구조만을 분석하는 논리학을 명제논
리命題論理/propositional logic,22) 문장 내의 표현, 구조도 아울러 분석하
는 논리학을 술어논리述語論理/predicate logic라고 부른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술어논리를 명제논리의 확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2.4 구문론과 의미론

형식논리학은 대개 일정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다. 우선 구문


론句文論/syntax을 통해 논리학의 수단인 기호와 그 기호의 조작법 등
을 결정하고, 이어서 의미론意味論/semantics을 통해 도입된 기호의 의
미를 결정한다.

논리학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문론과 의미론의 역할을 장기놀이


의 도입과정과 비교하여 알아보자. 장기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우
선 장기판과 장기알이 필요하다. 나무판이나 종이위에 가로, 세로
로 선을 그어 장기판을 만들고, ‘宮’, ‘車’, ‘包’, ‘馬’, ‘象’, ‘士’, ‘卒’
‘兵’의 글자가 새겨진 세 가지 크기의 동그란 나무 조각 혹은 기둥
을 만들어 장기알로 사용한다. 이처럼 장기놀이에 놀이재료가 필
요하듯 논리학을 놀아보기 위해서도 놀이재료가 필요하다. 바로
이런 일을 구문론이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장기판의
크기와 줄의 색, 장기알의 모양 등은 일정한 관례가 있기는 하지
만 꼭 그 관례를 따라야 할 당위성은 없다. 예를 들어 장기알이
모자라면 우리는 그것을 병마개로 대신할 수도 있다. 논리학의 놀
이재료도 이처럼 저자마다, 학파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기호를 도
입하여 때로는 혼동을 야기할 때가 있으나, 어떤 기호를 도입하느
냐는 점은 논리학의 구성에 부차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23) 논

22) ‘명제논리’와 ‘문장논리’는 동의어로 사용된다.

22 고전논리학과 대화논리학
리라는 놀이의 바탕을 이루는 기호의 도입보다 내용적으로 더 중
요한 과정은 도입된 기호의 의미를 규정하는 의미론에 있다고 하
겠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매우 착잡한 문제에 부딪힌다. 그것은
도입된 기호의 의미를 규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언어가 필요
하기 때문이다.24) 예를 들어 장기놀이를 하다가 장기알을 한 개
잃어버려 병마개로 대신할 때,

(6) 이 병마개를 이제 ‘車’라고 하자.

(6)에서 우리는 이미 ‘車’의 의미, 즉 장기놀이에서 장기알 車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에도 일어난다.

(7) 영어에서 ‘mama’란 단어는 우리말의 ‘엄마’란 단어와 의미가 같다.

(7)에서 우리는 한국어, 특히 ‘엄마’란 단어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다른 한편 영국이나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
이들은 ‘mama’란 단어의 뜻을 결코 다른 외국어의 도움을 통해서
배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대학에서 형식논리학
강의를 듣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논리적 사고를 할 줄
안다. 물론 우리들의 일상적 사고에는 많은 오류가 포함되어 있지
만, 그것이 형식논리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나오는 것만은 결코 아
니다. 형식논리학의 과제는 차라리 이미 우리가 이론적 배경 없이
도 사용할 줄 아는 논리적 표현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엄밀하게 밝
히는 데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우리들의 일상적인 표현들이
갖는 애매모호함을 새로운 기호들을 도입하여 명백하고 엄밀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 현대의 형식논리학의 목적이다. 그러나 형식
논리학의 도입은 외국어 학습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문
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엄밀한 논리학을 위하여 새로운 기호를

23) 실제로 시중의 논리학 교재들에 사용되는 기호들은 각양각색이다.


24) 뒤에서 그 개념을 밝힐 ‘메타언어’를 말한다.

2.논리학을 위한 사전지식 23
도입하여도 그 기호의 의미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애매모호하다고
비판받고 있는 일상적 언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
일 새로운 논리적 기호의 도입이 우리의 일상언어에서의 논리적
표현의 단순한 대치물이라면 형식논리학으로 일상언어의 애매모호
성을 제거한다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고, 새로운 논
리적 기호의 의미와 일상언어에서의 논리적 표현의 의미가 다르다
면, 역시 원래의 목적을 이루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
를 조금 더 명료하게 위해서는 아래의 대상언어와 메타언어의 구
별이 필요하다.25)

2.5 대상언어와 메타언어

언어나 기호를 연구의 주 대상으로 삼는 학문들, 예를 들어 언


어학, 언어철학, 형식논리학, 기호학 등등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경제학 등등 비언어적non-linguistic 현실세계를 연구의 주 대상으로
삼는 학문들과는 달리 종종 언어적 표현linguistic expression 자체에 대
하여 언급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8) 양파와 나리 모두 백합과에 속하는 구근식물들이다.

(9) IMF는 국제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한에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도울 수 있었다.

25)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논리학자마다 다른 견해를 표방한다. 직관주의 논리학을


주장하는 구성주의 철학자들은 이 문제가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즉 원칙
적으로 메타언어의 도입 없이도 형식논리학이 순환적 정의 없이 엄밀하게 구
성가능 해야 한다고 본다. 다른 한편 형식논리학을 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메타언어의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논리학자들도 있다. 이 책에서는 전자
의 입장이 철학적으로 더 정당하다고 본다. W. Stegmüller, M. V von Kibéd
Strukturtypen der Logik Band III, (Berlin, Heidelberg, New York, Tokyo;
Springer-Verlag) 1984, 24쪽 참조.

24 고전논리학과 대화논리학
(10) ‘양파’와 ‘나리’ 모두 백합과에 속하는 구근식물들이다.

(11) ‘IMF’는 국제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한에서 한국의 외환위기


를 도울 수 있었다.

(8), (9)는 각각 식물과 경제에 대한 일상적 표현으로 문법적인


관점에서 문제가 없다. 그러나 (10)과 (11)은 틀린 문장들이다.
왜냐하면 (10)에서 ‘‘양파’’26)와 ‘‘나리’’란 표현은 한국어의 언어적
표현들을 외연外延/extension으로 갖는 일반명사general term들이다. 이때
외연이란 어떤 표현이 적용되는 대상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래’란 일반명사의 외연은 고래들의 집합이다. 또 논리학에
서 일반명사란 고유명사proper name와는 달리 어떤 특정한 개체個體
/individual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외연을 갖는 표현을 말한
다. 이러한 일반명사에 속하는 것으로는 ‘달리다’, ‘사랑하다’, ‘희
다’, ‘고래’와 같이 고유명사와 합해져 하나의 완전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술어述語/predicate들을 의미한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양파’란 표현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양


파들을 외연으로 갖지만, 따옴표를 쳐 언급을 하면 더 이상 원래
의 외연과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인용부호 안에 있는 언어적 표
현들의 집합을 외연으로 갖는다. 이점은 (11)의 경우에도 마찬가
지이다.

(12) ‘양파’와 ‘나리’ 모두 두 음절 단어에 속한다.

(13) ‘IMF’는 ‘I'm fired’의 약자다.

(12)는 문법적으로 적절할뿐더러 내용적으로도 옳다. (13)은 문


법적으로 옳고 내용적으로는 그르나, 1998년 한국의 경제상황하
에서는 심정적으로 공감이 가는 뼈있는 익살이라고 할 수 있다.27)

26) 따옴표를 두 번 사용했다.

2.논리학을 위한 사전지식 25
여기서 우리는 한 언어적 표현에 대하여 두 가지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일상적인 맥락에서 표현을 사용use하는 경우와 그 표현에
대하여 어떠한 진술을 할 경우, 즉 언급mention하는 경우가 그것이
다. 이처럼 언급의 대상이 되는 언어적 표현을 우리는 대상언어
object-language, 그 언급이 일어나는 언어를 메타언어meta-language라고
부른다. 따라서 (12), (13)에서 대상언어는 인용부호 안에 들어있
는 표현들-일종의 그림-이고 메타언어는 우리말이 된다. 반면에
(8), (9)에서는 언급이 일어나지 않고 있으므로 대상언어도 메타언
어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대상언어와 메타언어의 관계는 마치
부자지간父子之間처럼 항상 동시에 일어나는 상대적 관계이다.

(14) ‘‘IMF’는 ‘I'm fired’의 약자다.’는 틀린 문장이다.

(14)에서처럼 우리는 메타언어적 표현에 대하여 다시 언급할 수


있고 이 경우 우리는 원래의 대상언어적 표현에 대하여 메타메타
언어를 사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메타언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형식논리학의 도입과 관련


된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완전히 새로운 기호를 도입하여
만들려는 형식논리학체계에서 도입된 기호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
해서는 기호에 대하여 언급을 해야 한다. 즉 메타언어의 사용은
불가피하다. 이때 고전논리학은 기존의 언어 이외에는 도입된 기
호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찾지 않으며 따라서 메
타언어와 대상언어의 의미확정 사이에서 착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한편 구성주의자들은 메타언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메타언어
에 사용되는 논리적 표현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행위로 환원시킬
수 있다고 본다. 바로 대화논리학에서 강조하는 대화행위가 그것
이다. 즉 메타언어는 인간의 행위에 의해 원칙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28)

27) ‘IMF’는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약자다.


28) P. Lorenzen, “Logik und Agon”, Dialogische Logik, 1~8쪽.

26 고전논리학과 대화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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